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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노트/2022 가을학기

[과학철학] 파이어아벤트의 과학적 아나키즘: 정말 어떠한 경우에도 좋다!

본인이 이 글을 통해 주장할 내용은 과학적 진보의 규범적 측면에서 파이어아벤트의 방식을 옹호하는 것이다.

이를 개진하는 과정에서 쿤을 비판하는 파이어아벤트를 옹호하고, 본인의 설명을 덧붙이며 결과적으로 파이어아벤트의 과학적 아나키즘이 어째서 최소한 과학의 진보를 저해하지는 않는지’, 따라서 파이어아벤트의 과학적 아나키즘이 어째서 어떠한 경우에도 좋은지에 대하여 간단히 밝힐 것이다.

쿤에 의하면, 정상과학 내에서의 진보는 헌신적인 과학자들에 의해 매우 누적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패러다임 내의 과학자들이 그 패러다임 내에서 연구를 더욱 깊게 수행하고, 더욱 미묘한 것에 주목하며 가능하다. 쿤은 특정한 규칙이나 전문가 집단이 있어야만 실수에서 배울 수 있다고 하며, 그러한 전문가 집단인 과학자들은 정상과학 내의 실수 속에서 배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파이어아벤트에 의하면, 과학자들이 정상과학 내의 실수 속에서만 배우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과학은 다면적이고, 우발적 사건과 중대한 국면, 사건들의 진기한 연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과학 외의 영역에서 배울 수 있는 가능성, 그를 통해 과학이 진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게 된다.

파이어아벤트가 말한 내용을 요약하는 분량상 생략하며, 본인은 여기에 덧붙여 파이어아벤트의 과학적 아나키즘의 대표적 양상인, 과학 외부에 서있는 비전문가의 유입이 어떻게 과학의 진보를 더욱 부추길 수 있는지를, 또한 적어도 과학의 진보를 늦추는 현상은 어째서 절대 발생하지 않는지를 논의하려 한다.

 

전제 1) 파이어아벤트의 과학적 아나키즘은, 기존 과학의 인력 손실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이미 어떠한 다른 방법론으로 과학이 진행중이든, 그 방식으로 진행중인 과학의 진보를 방해하지 않는다.

1-1) 비전문가 집단은 과학 전문가 집단의 인력 손실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기존의 과학의 전문가 집단에 소속된다고 생각되던 사람들은, 이렇게 비전문가 집단이 제시하는 이론이 대응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그들을 무시해도 되며, 이 경우 인력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그들의 문제 제기가 생각해봄직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인력의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데, 이는 그들을 반박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의 과학자들이 헌신하는 경우이며 2-1)로 이어진다.

1-2) 비전문가 집단의 과학 전문가 집단으로의 이동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비전문가 집단의 노력을 과학 전문가 집단으로 전향시킨다면,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전문가 집단에 속하는 과학자의 수가 늘어난다면 과학의 진보가 촉진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비전문가가 과학의 전문가로 전향하는 일은 아마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데카르트주의자가 뉴턴주의자로 전향했던 역사는 비전문가 집단이 전문가 집단으로 전향했던 것은 아니었듯, 대부분의 경우 전문가 집단은 그들 사이에서 미묘하게 이동할 뿐이며, 비전문가 집단에서 전문가 집단으로의 급진적 이동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진화심리학자들을 비전문가라 하여 배척하더라도, 그 진화심리학자가 전문가 집단에 속하기 위해 양자역학을 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기도 하다. 어쩌면 그 진화심리학자 집단은 과학의 진보를 위해 전향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이는 2)에서 이어지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과학적 진보의 영감이 되거나, 혹은 파이어아벤트가 말한 과학의 다면성, 사건들의 진기한 연결, 상호관계의 미궁에 의해 과학적 진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제 2) 비전문가 집단은 심지어 과학의 진보를 부추기기도 한다.

2-1) 비전문가를 반박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헌신의 결과로 과학이 진보한다.

진화심리학은 현재 비과학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이며, 이에 따라 과학의 전문가 집단에게 비판의 대상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정통적으로 과학이라고 받아들여지는 생물학, 그리고 뇌과학자들이 잘 설명할 수 없는 많은 현상들에 대해, 진화심리학자이 오히려 척척 답을 더 잘 내놓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많은 전문가들은 진화심리학을 무시하거나(이 경우 앞서 1)에 해당), 혹은 그들이 내놓은 이론이 어째서 틀렸는지 입증하려 들 것이다. 예컨대 진화심리학자들의 통계 해석의 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통계 분야에서 새로운 이론이 만들어지고, 통계학에서 만들어진 더 정밀한 이론은 통계역학에 사용되어 새로운 이론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진화심리학이 과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것 아닌가? 이 경우, 비전문가에 의한 반동으로 과학의 진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2) 비전문가를 비전문가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가?

쿤에 의하면, 점성술은 천문학과 달리 정상과학에 속하지 못하였고, 따라서 점성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상과학의 퍼즐풀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과학이 아니다. 그러나 점성술이 비과학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과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최소한 퇴보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또한 쿤의 패러다임 이론에 따라서 비전문가와 전문가를 현 시점에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과학이라는 평가는 동시대에 규정된다기보다, 논의가 계속 이어지다 후대에 들어야 명확히 평가(지금에 와서야 점성술이 명확히 비과학이라고 말하는 것처럼)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현재 과학의 비전문가 집단들이, 과연 절대 불변하는 비전문가 집단이라고 명확히 규정할 근거가 과연 있기야 한가? 어쩌면 진화심리학자들은 가장 앞선 전문가 집단이었다고, 그러나 당대의 사람들은 편협하여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따라서 진화심리학자들은 2000년대에 존재했던 갈릴레이었다고, 후대에 평가될 수도 있지 않은가?

결국 비전문가를 그대로 두는 것이 어쩌면 후대에 전문가로 인정받아 과학의 진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유리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점성술의 사례처럼 최소한 퇴보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2-3) 비전문가가 비전문가라고 밝혀지더라도, 우리는 모두 과학의 진보에 이바지할 가능성이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이 100년 뒤에 들어 갈릴레이로 추앙받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과학의 진보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가지 측면에서 그러한데, 첫째로 영감 획득의 차원에서, 두번째로 예상치 못할 미래에서 그렇다.

우선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영감의 대상이 된다. 뉴턴이 정말 사과가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중력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면, 밖에 나가 산책할 공간을 만든 인부들, 다른 나무가 아닌 사과나무를 그곳에 심은 사람, 혹은 그 사과를 따지 않고 뉴턴이 보는 시점에 딱 떨어지질 수 있도록 한 모든 방관자들이, 뉴턴의 영감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형이상학적 논의에 빠지지 않더라도, 비전문가 집단이 던진 직접적 아이디어, 예컨대 아이들의 상상력 등이 과학의 진보로 이어지는 영감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두 번째로, 미래는 예측할 수 없으므로,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가 과학적 진보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는 파이어아벤트도 주장한 내용이다. 실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것이든, 그것이 과학의 발전에 절대 이바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보다 구체적인 사례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유전자를 기존의 방식보다 8~10배 빠르게 해석하는 방식이 유전자 지도의 초시가 된 사례가 있다. 과연 50년 전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과연 자신들이 하는 일이 dna의 염기서열을 빠르게 해독하는 데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처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과학에 이바지하지 않는다고는 그 누구도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1)2)의 결과로, 다음의 결론이 도출된다.

 

결론 3) 따라서 파이어아벤트의 무엇이든 좋다는 방식은, 정말 어떠한 경우에도 좋다!

과학적 아나키즘은 과학적 진보를 이끌 수 있으며 최소한 진보를 늦추거나 퇴보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역으로 과학이 아닌 것들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파이어아벤트의 주장은 유효하다.

 

정말 무정부주의자 같은 파이어아벤트 (https://iainbking.com/2015/07/04/the-nazi-who-almost-destroyed-science/)

 

참고문헌 목록

P. Feyerabend, 정병훈 역, 방법에 반대한다, 그린비, 2019.

 

읽으면 좋았을 문헌 목록 (무책임)

T. Lewens, 김경숙 역, 과학한다 고로 철학한다, MID, 2016. (특히 ch3) 

Kuhn_et.al., 조인래 편,쿤의 주제들: 비판과 대응,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 1997. (특히 104-151,166-326

Kuhn_et.al, 조승옥 외 역, 현대과학철학논쟁, 아르케, 2003. (특히 13-51

조인래,  「공약불가능성 논제의 방법론적 도전」, 철학, 47(), 한국철학회, 1996, pp.155-187.   

L. Laudan, 이범 역, 현대과학철학논쟁, 새물결, 1996. 

Peter Godfrey-Smith, 한상기 역, 이론과 실재 : 과학철학 입문, 서광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