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거진 B
다 읽어보지는 못하고, 몇 권만 읽은 게 전부이지만 매거진 B를 좋아한다. 글들이 자유로우면서도 짜임새 있고, 무엇보다 잡지가 참 예쁘다. 조수용이라는 사람의 감각과 센스가 정말 돋보인다. 이 정도는 돼야 카카오 대표가 될 수 있는 것인가... 한국은 뭘 하든 난도가 높다.

각종 브랜드를 다루는 매거진 B에서, 직업을 다루는 책들을 몇 권 찍어냈다. 발행 순으로 에디터, 셰프, 건축가, 소설가인데, (당연히) 건축가 편을 읽었다. 절판이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전자책으로 읽었다.
https://magazine-b.co.kr/product/jobs-architect/
JOBS - ARCHITECT - Magazine B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입니까?”“어떤 생각으로 그 일을 합니까? ‘잡스(JOBS)’는 브랜드 이야기의 확장판입니다. 매력적인 브랜드에는 자신만의 직업의식을 지닌 매력적인 사람이
magazine-b.co.kr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라 가볍게 읽기 좋다. 엄청 영감을 주는 무언가가 있다기보다는, 관전 포인트를 짚으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대체로 이런 것들.
1) 건축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 삶의 궤적은 어떻고 그 결과는 건축에 어떻게 반영될까?
3) 어디서 영감을 받는가?
4) 직업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5) 작업물 구경하기
2. 존 포슨(John Pawson)
앞서 5문 5 답의 형태로 한 명씩 정리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해본다. (전자책이라 출처 없음)
1) 건축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건축이라는 건 공학적으로 지어진 구조물이기 때문에 크게는 물리적이고 구조적인 관점, 그리고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조형물을 창조해낸다는 측면에서 미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또 자연 위에 창조한 인공물과 공존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낼 수도 있습니다. 건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죠.
2) 삶의 궤적은 어떻고 그 결과는 건축에 어떻게 반영될까?
살아오면서 제가 가진 선택지는 모두 경험해봤다고 생각합니다. 건축 이외에도 가끔씩 글을 쓰고 있고 사진과 디자인도 병행하고 있으니까요. 오래전에는 일본 나고야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던 패션 비즈니스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 중에 시도해보지 않은 게 있는지 모르겠어요.
3) 어디서 영감을 받는가?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an) 도널드 저드(Donald Judd), 르 코르뷔지에, <도무스(domus)>, 구라마타 시로 등등
4) 직업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인터넷 등 기술의 발달로 건축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그 양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집을 짓는 근본적 방법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세상에 영속적인 구조물을 남긴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건축에 임해야 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성공하려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재능(talent), 일을 끝마칠 수 있는 끈기(perseverance), 그리고 적절하지 않은 단어 선택일 수 있겠지만 매력(charm)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매력이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대단한 사람이더라도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고 봐야겠죠.
5) 작업물 구경하기
인스타그램도 있긴한데(@johnpawson) 일주일에 다섯 개씩 올린다니, 그냥 개인 사이트를 방문하는 편이 더 낫겠다.

사이트 방문과 동시에 느껴지는 미니멀함...




사진을 잘 찍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볼 때는 참 깔끔하고 예쁜 것 같다. 미니멀리즘 건축이란 것은 이런 것이구나. 그리고 우습게도 나는 '설계 수업 때 가져가면 엄청 욕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가 제일 다를까 생각해 봤더니, 배치랑 재질이 정말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이렇게 또 하나 얻어갑니다.
3. 산업폐기물
"영속적인 구조물을 남긴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건축에 임해야 한다"라는, 건축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 깊다. 어디 커뮤니티에서 봤던 것 같은데, 잘 못 만든 건축물들을 보고 건축하는 사람들은 용어로 산업폐기물이라고 하더라. 확실히 우리나라에는 산업폐기물처럼 생긴 게 너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감 형성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잘은 모르겠다. 아니면 건축주쯤 되는 부자들은 돈 버는 재주만 있는 건지, 혹은 정치인들은 정말 정치만 잘하는 건지?
아무튼 나는 똥도 더러워서 피하다 보면 꽤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나쁜 사례들을 많이 보다 보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산업폐기물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로그 글이든, 설계 수업이든, 인터뷰든, 책이든, 잡지든, (훗날의) 조경이든, 건축이든, 뭐든 결과가 박제되는 것들에 있어 산업 폐기물은 만들지 말자! 짧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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