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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커밋/2021

NFT와 소유권 [2021-11-11, 12]

1. NFT 이해하기

https://www.yna.co.kr/view/AKR20210407125200004

지난 3월, 한 커플이 롯데월드 몰 전시장에서 전시 중인 작가 존원(John One)의 작품을 훼손한 일이 있었다. 전시물 앞에 소품으로 놓여있던 붓과 물감을 보고, 참여형 작품으로 오인하여 그림 위에 덧칠을 한 것이다. 원작자는 수리비에 해당하는 금액인 1000만 원 중 일부를 이 커플이 배상하도록 요청했다.


커플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기서 NFT 미술품 플랫폼 업체인 닉플레이스(NIKPLACE)가 낙서가 된 이후의 작품을 약 5억 원에 작가로부터 사들이는 대신, 커플이 낙서를 하는 CCTV 영상을 NFT로 만들어 약 10억에 판매한다. 결과적으로 NFT 플랫폼과의 거래를 통해 이 일은 서로 없던 일이 되었고, 커플은 자신들의 초상권을 내어주는 대신 배상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 되었다. NFT가 뭐길래 CCTV 영상 따위가 10억에 팔린다고? 일단 궁금해서 닉플레이스 사이트를 방문해봤다.

https://nikplace.com/item?hasOwnership=true&saleByNikplace=false&saleType=auction

찾아보니 구입한 작품을 300조각 내서 판매한다고 했는데, 사이트에서는 55개만 판매 중이다. 지정가도 있고 경매가도 있어서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개당 가격은 평균적으로 230만 원 정도이고 판매 완료 35개(지정가 33개, 경매 2개), 경매 중인 상품 20개이다. 300조각을 다 230만 원에 판다고 치면 약 7억 정도 되는데, 5억에 구매했으니 약간 남을 것 같긴 하다. 근데 작품 설명을 아무리 봐도 CCTV 영상과 관련된 내용은 없어서 NFT내에서 영상 판매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문의차 연락해봤다. (놀랍게도 한국 스타트업이라 카카오톡 문의가 된다!)

놀랍게도 소유권 NFT는 완판 되어서 현재는 2차 경매가 진행 중인 것이라고 한다. 즉 300개가 완판되어서 현재 20개만 2차 경매 중이라는 뜻인 것 같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CCTV 영상은 별도로 안내해준다고 하니 아직 안 팔린 것 같고,  300개로 조각난 NFT에 포함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렇게 NFT는 현재 핫이슈인 메타버스와 가상화폐가 모두 얽혀있는 현대인들의 핫-핫이슈이다. 잘 모르는 영역이라 규모도 작고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사실 이미 시장 규모와 작품 거래액이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휘둥그레 할 정도의 수준이다. 단적인 예로, 가장 인기 있는 NFT 중 하나인 Cryptopunks의 최근 90일 평균 거래 가격은 약 160 ETH(이더리움: 암호화폐의 한 종류)이고 일 평균 거래량은 약 4,400 ETH로, 각각 2021년 11월 11일 현재를 기준으로 평균 거래 가격은 9억 1천만 원, 일 평균 거래량은 250억 8천만 원이다. 과연 어떤 대단한 걸 팔길래 이렇게 비쌀까? Cryptopunks가 판매하는 NFT 작품은 아래와 같다.

https://opensea.io/collection/cryptopunks

 

과연 당신이라면 9억 1천만 원을 투자해서 24x24 픽셀의 아바타를 구매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NFT는 분명히 수요자가 있으며 그 가격이 꾸준히 상승 중이라는 것이다. 구매자는 어떤 의도에서 NFT를 사는가? 순전히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NFT에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에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전까지 '작품을 구매한다'는 행위는 대부분 수집물을 소유할 권리를 얻기 위함이었던 것과는 달리, 현재 대부분의 NFT 작품은 순수한 소유물의 기능을 뛰어넘어 다양하게 측면에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특징들을 십분 활용해서 NFT 작품들은 구매 시 부가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된 경우가 많다. 우선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식은 특정 NFT를 보유한 경우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여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NFT 작품과 암호화폐의 1+1 이벤트인 격이다. 또한 NFT 작품 전시를 통해 얻는 수익을 NFT 조각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배당금처럼 지불하는 등 NFT 작품을 온/오프라인으로 활용하여 부가적 수입을 창조하는데, 앞서 언급한 NFT 미술품 플랫폼 업체인 닉플레이스가 진행하는 프로모션이 대표적이다. 또한 NFT의 원작자가 작품을 판매하며 저작권까지 포함하여 판매한다고 명시한 경우에, 구매자가 2차 제작물을 만들어 수입을 얻을 수도 있다.

2. NFT 구매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사는가

미디어 아트, 음악, 행위 예술, 프로젝트 등 여러 콘텐츠의 결과물에 NFT 기술을 접목했을 때, 그 NFT 콘텐츠는 가상화폐를 통해 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NFT라는 것은 사실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세계 내의 거래이므로, 우리가 물리적으로 얻게 되는 것은 없다. 또한 작품 창작의 결과로 발생한 소유권, 저작권이라는 무형의 권리와 저작자, 저작권자라는 개념들이 '전통적인 작품에서 파생된 경우'와 'NFT 콘텐츠의 결과물로 파생된 경우' 일부 상이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NFT 콘텐츠를 구매했을 때 무엇을 사게 되는 것일까? 이미지나 영상 그 자체? 혹은 저작권, 소유권 등 무형의 권리?

우선 NFT 구매를 통해 얻는 것은 소유권이며, 저작권과 관련된 권리는 NFT 콘텐츠의 저작권 유형 및 거래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중론이다. NFT 콘텐츠는 구매자의 소유권을 강력하게 보장할 수 있다. NFT의 특징은 구매와 동시에 블록체인 상에 기록되어 NFT의 출처, 발행 시간, 거래내역, 소유자 내역 등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기본적으로 탈 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자유로운 무법지대인 이 세계에서 무수한 모조품들이 정품으로 둔갑해서 거래되기 쉽다. 하지만 만약 내가 구매한 NFT가 진품인지 의심이 든다면, 작품 고유의 해시값을 이용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역사처럼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 집에 가져오는 게 편하지,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작품을 구매해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오랜 미술사의 역사에서 수많은 위작과 대작 논란이 존재하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도 쉽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데에 비하면 이 정도의 수고는 별 수고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NFT에서 소유의 개념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통적인 소유의 개념보다 확장되고, 변화된 면면이 존재한다. 가령 똑같은 작품을 대상으로 NFT 콘텐츠를 100개를 발행하면 이 작품은 원본이 100개가 되기도 하며, 하나의 NFT 작품의 소유권을 100개로 나눠서 발행하면 원본에서 구매자가 보유한 권리가 1/100 이 되기도 한다. 이는 단위의 제약 없이 원하는 만큼을 자유로이 쪼개서 구매할 수 있다는 가상화폐의 특징과 동일하다. 소유권은 이제 단일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개로 분할해서 원하는 만큼을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저작자와 저작권자에 대한 개념이다. 저작자란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으로 저작권자가 되는 것이 원칙이나, 저작권을 양도하거나 상속하게 되면 저작자와 저작권자의 분리가 발생하게 된다.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많은 행위는 대부분 저작자와 저작권자의 구분이 뚜렷했으나, NFT 콘텐츠의 경우 그 구분이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소유권자는 명확하지만, 반면에 원작자가 누구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운 것이 NFT의 특징이다. 그래서 이것은 원작자는 누구이며, '진짜 원작자'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을 낳게 된다.

앞서 닉 플레이스와 낙서 커플의 사례를 통해서 생각해 보아도, 이런 개념들을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함을 알 수 있다. '낙서를 하는 커플을 담은 CCTV 영상'을 NFT 콘텐츠로 판매한다고 했을 때, 이 영상의 저작자는 누구인가?
1) 영상 속의 행위주체로 등장하는 낙서 커플
2) 영상을 구매하고 커플의 배상을 대신 책임진 닉플레이스
3) CCTV 영상의 설치와 공급에 관여한 롯데월드 몰의 전시 관계자건물 관리자
언뜻 생각하면 영상에 나오는 두 인물인 낙서 커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수리비를 내지 않는 대신, 커플이 닉플레이스 측에 초상권 등 모든 권리를 묻지 않기로 했으므로 암묵적으로 권리를 양도한 것으로 보아 CCTV에 담긴 모든 행위에 대한 권리는 닉플레이스의 것이되며, 저작자인 동시에 저작권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촬영은 롯데월드 타워의 건물 내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관계자들이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닉플레이스가 CCTV 영상을 NFT 콘텐츠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했을 때, 구매자가 이 거래를 통해 저작권을 양도받을 수 있다면, 닉플레이스, 낙서 커플, 롯데월드의 관계자들 중 누구의 동의를 얻어야 양도받을 수 있을까?

다른 예를 들어 살펴보자. 이번에는 과거에 실제로 발생한 일을 새롭게 디지털화하여 재구성하는 작업을 거치고, NFT로 발행한 경우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518124600007

지난 2016년, AI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던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4번째 대국은 NFT로 제작되어 60 ETH(현재 약 3억 4천만 원)에 판매되었다. 이 NFT는 이세돌이 직접 참여하여 만든 것으로, 대국 과정을 디지털화하여 그대로 옮겨놓았으며 특히, 인간이 AI에게 바둑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했던 '신의 한 수’인 백 78수가 표시된 기보와 이세돌의 사진, 서명 등이 담긴 동영상 파일을 담아 발행됐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 해당 NFT콘텐츠의 저작자는 누구일까?

1) 직접 NFT 콘텐츠를 발행한 이세돌
2) NFT의 주 콘텐츠인 바둑 대국에 참여한 이세돌알파고
3) NFT의 주 콘텐츠인 바둑 대국에 참여한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작자인 구글 연구진


아쉽게도, 현재로서 정답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앞선 두 사례에서는 해당 NFT에 관해 저작권 문제가 촉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들이 제기되지 않아서 조용히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 반면, 최근에 NFT 콘텐츠의 저작권에 관한 이슈가 불거졌던 사건이 있었다.

Instagram @mintmake

최근 유명 래퍼 염따는, 도지코인으로 유명한 강아지 캐릭터에 올라탄 일러스트를 활용해 각종 굿즈를 판매한 일이 있었다. 문제는 이 일러스트가 mintmake라는 작가가 NFT 거래소인 'foundation'에서 <to the moon>이라는 제목으로 판매 중인 NFT 콘텐츠였다는 것이다. 저작자인 mintmake가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서자 이슈가 불거졌고, 이에 염따는 '판매 수익금 전액을 해당 작가에게 전달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히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재밌는 점은 1.69 ETH(이더리움)을 시작가로 경매에 올라와있던 이 작품이, 해당 사건 이후 각종 매스컴의 관심을 받게 되어 결국 여러 번의 입찰 끝에 최종적으로 염따에게 13.42 ETH라는 가격으로 낙찰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염따가 개인 소유의 목적으로 이 NFT를 구매했는지, 혹은 해당 NFT콘텐츠를 활용한 굿즈 수익금을 원작자인 mintmake에게 지불하는 대신 NFT를 구매하며 저작권을 양도받기 위해 구매한 것인지는 알려진 바 없다. 만약 후자라면, 염따는 원작자에게 허락을 받아 2차적 저작물인 굿즈, 앨범 등에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한 내용을 현재 해당 작가인 mintmake에게 질문해 놓은 상태이다. 추후에 알아본 내용이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https://foundation.app/@mintmake/~/20278



(+ 21년 11월 15일 추가)
염따의 NFT 저작권에 관해 질문했더니, 작가인 mintmake에게 답변이 왔다!

정말 너무너무 친절하시다... 포인트만 요약하자면 염따의 자발적인 구매였다고 한다. 그리고 저작권은 여전히 작가 본인에게 있으며, 따라서 NFT의 구매 수입과는 별도로 굿즈 판매 수익금 또한 보상받았다고 한다.

3. NFT에 의의가 있다면

사실 앞서 NFT를 찍어내는 각종 사례들을 보자면, 이전에 달을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며 사람들에게 판매해 무려 1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던 데니스 호프와 상당히 흡사하기도 하다. 이쯤 되면 혹자가 NFT 판매자를 봉이 김선달이라 칭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또한 그런 이유로 NFT를 사고파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사기꾼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의 판단이니 그것 또한 존중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가 아닌 현시점에서 보더라도, NFT는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앞서 언급한 NFT 콘텐츠의 사례인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처럼 이미 존재하던 대상이나 사건들에 NFT를 덧입혀 소유 가능한 새로운 형태로 변용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NFT 거래를 위한 목적으로 생성된 NFT 콘텐츠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NFT로 거래되는 상품들에 공공연히 'NFT 작품' 혹은 'NFT 미디어 아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점에서, 고리타분한 분절적 사고의 과정은 생략하고도 우리는 이것을 자연스레 일종의 예술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샌가 예술품으로 스며든 NFT 콘텐츠들이 갖는 미학 혹은 예술학 혹은 예술사적 의의를 분석할 수 있을진대, 이 중에서 과연 어떤 카테고리로 한정해서 따져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정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NFT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나는 NFT라는 것을 '개나 소나 작품'이 될 수 있는 가장 편리하고 급진적인 통로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현존하는 패러다임을 바꿀 도구로써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감은 안 좋지만, 내 기준으로 아주 긍정적인 표현이다.


최근 NFT 시장을 잘 들여다보면 20세기 미술사에서 그토록 원했던 아우라의 파괴가 이제야 도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잘 이해가 안 되는 각종 키치 한 NFT 작품들. 그리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시장 가격.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진입 장벽이 거의 없으므로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이로 인해 고상한 예술가의 고고한 행위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과거의 작품들은, 키보드와 마우스로 간단히 제작된 코믹한 데이터 조각을 만들어 내는 NFT 작가들에게는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 어떤 것도 예술 작품으로 변용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 마르셀 뒤샹이 이 광경을 볼 수 있었다면, 아마 관짝이라도 걷어차고 뛰쳐나오지 않을는지.


현대 미술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미술과는 완전히 다른 갈래의 독자적 영역이 탄생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NFT를 변화를 향한 통로로 바라보기로 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우리는 미래의 무엇이 대체 어떤 형태일지조차 상상하기 어렵다. 지루한 지구촌에 메타버스가 오래간만에 바람을 불어온 것만 같아서 재밌다. 그리고 든 생각은, '나도 NFT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것!